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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수상작
인수된 태양의 행방
김종태
뉴타운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며 마을버스가 몰려왔다.
미숫가루처럼 흙먼지만 내리고 폐교를 한 바퀴 돌면
제비처럼 좁은 길을 빠져 나갔다.
언제부터인가 절개지인 묵정밭에는 어린 의혹이 심기기 시작해 깨진 항아리 속에 갇혀 있던 뻐꾸기 소리에 까마귀 중 몇 명이 복부 같은 선글라스를 쓰고 귀걸이를 흔든다, 전과자처럼 담장을 들여다본 햇살, 터널 아래로 잠입해 배밭으로 달려간 그림자가 이른 아침부터 풍선을 불 듯이 바람의 평수를 후후 불려 뻥튀기듯 부풀립니다.
두부짱 수확기에 귀를 열었던 도토리들은 일제히 참나무를 버린다 선거벽보가 널린 옹벽 밑에서 사방팔방 놀이를 하던 아이들의 오후가 오랜만에 찾아온 밀짚모자 주위로 몰려든다.
뻥튀기 소리에 놀란 해바라기, 발밑에 검은 태양을 따끈따끈 파종하고 늦게 외출한 솔잎보카는 발뒤꿈치를 높이 들어 올리며 분꽃의 방황을 흔든다 해가 시작되면 붉은 인수통이 열린 몇 평의 봄이 처분되는 계약서 그 뒤 마을 경로당에서는 코스모스와 금잔화가 형광색 포스트잇처럼 끝없이 유예돼 있었다.
이장 집 옆의 모과나무가 늙은 귀뚜라미라도 했는지 낡은 우물 속에 노란 주먹을 부딪치거나 내가 헐값에 처분하던 그 시절, 외딴 네온사인과 집 한 채를 빌린 귀뚜라미 지하방에는 오랫동안 햇볕이 들지 않았다.
어젯밤 살 곳을 잃은 소쩍새와 갑자기 약수터에서 쫓겨난 달빛은 창문 틈에 허리가 끼여 아침까지 흔들렸다
누가 분실했을까
공사 중인 안테나처럼 힘차게 꼬리를 세운 고양이
방금 눌러서 찍은 붉은 해가 마르지도 않은 부동산 계약서를 입에 물고
인적이 드문 논밭을 검은 천처럼 가로질러 어디론가 빠르게 찌그러지고 있다.
☞ 원문출처 [2022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시 부문 수상작 – 인주 부착된 태양의 행방 / 김종태 – 전북도민일보 (domin.co.kr)
☞ 심사평가 [2022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가 – 전북도민일보(do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