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장기하) 상관없는 거

생일 선물로 받은 장기하상문과 잔 세트시험기간이라 바빠서 한 달이 지나서야 책을 폈다.

사실 장기하가 책을 낸 줄도 몰랐고 장기하라는 싸구려 커피 달이 뜬다 가자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정도의 노래만 안다.

이 책을 통해서 장기하랑 얼굴들이 최근에 해체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어서.. 아는게 없구나.. 그리고 또.. 아이유랑 사귄 사람이라고?싱어송라이터 장기하가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저는 맥주는 패스

책은 이틀 정도였고 굉장히 빨리 읽었다.

한 권의 책을 일주일에 나눠 읽는 것 치고는 엄청나게 빨리 읽은 것이다.

장기하의 글은 뭐랄까. 읽기 쉬웠다.

자신의 생각을 서슴없이 써내려간 것 같은데 그 느낌이 마치 스스로 그의 머릿속에 들어와 그의 생각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대담하지는 않지만 깊고 무겁고 조심스러웠다.

별 기대 없이 한 줄씩 읽어 내려갔지만 한 줄에 담긴 그의 메시지는 강렬했다.

책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우리 근데 사실 상관없지 않아?장기하의 상관없는 거 아니야?라는 마인드를 그의 에피소드로 표현한 책이다

책은 다음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는 책을 못 읽는다고 한다.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고, 그나마 몇 줄 읽다가 딴 데 몰두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출신인 그에게 책은 좋아하시죠?라는 질문이 쏟아지지만 그때마다 그는 대답을 얼버무린다고 한다.

나처럼책을잘못하는사람이책을좋아한다고말할자격이있을까하면서요.하지만 사실 책 읽기를 좋아한단다.

읽다가 딴 생각이 나면 어떨까? 어쨌든 다른 생각이라는 것도 책의 내용에서 연상될 텐데, 그게 독서와 상관없는 딴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장기하 – 상관없는 거 아니야? -중. -상관없지 않나?장기하의 말은 정말 마음을 울렸다.

나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읽는 속도가 매우 느려(한 권의 책을 한 달에 나누어 읽기도 한다.

다른 일에 쉽게 빠지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한번 읽은 말이 얼른 이해가 가지 않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읽고 체득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나는 한 권을 제대로 읽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괜찮지 않아?누구나 제각기 자기 호흡이 있는 법이며 독서도 있다.

구절만 기억해도 그 구절이 내 인생에 뭔가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으로 좋은 독서가 되지 않았을까.장기하 – 상관없는 거 아니야? 중국 덕분에 나는 독서에 자신이 생겼다.

천천히 읽으면 어때!
제대로 이해 못 하면 어때!
장기하의 말처럼 말 한마디라도 내 인생에 약간의 영향을 미친다면 그걸로 됐어. 생명이란 개념을 시각적인 형태로 정의하면 바로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내 친구는 그런 생명의 정의와 더불어 살 뿐 아니라 심지어 그를 키우고 있다.

장기하 – 상관없는 거 아니야? 중활기에 찬 어린이를 생명의 정의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종종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며 말할 때마다 조금 섭섭했던 것 같다.

‘나도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닌데’라는 마음이었다고 해야 되나 자유롭다는 것은 곧 막연하다는 의미이며, 막연한 삶은 종종 쓸쓸하다.

(…) 막연히 외로움은 나의 선택에 달려올 수밖에 없는 대가이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막막하고 고독한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어떤 인생이든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장기하 – 상관없는 거 아니야? 중국의 모든 것은 사라진다.

로큰롤도, 장편영화도, 인류도, 아마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모두에게 확실한 것은 매 순간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어쩌면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것이 좋아지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잊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장기하 – 상관없는 거 아니야? 나카

책을 읽으며 싱어송 글라이터 장기하라는 인물의 삶과 고민, 사색,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자유롭지만 외롭고 책임감도 많이 느꼈을 그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 기대도 없이 펼쳐져 있는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그렇게 덮으면 내게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나도 고생이 많고, 이걸로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왜냐고요? 뭘 걱정하든 상관없지 않나?

이 책은 지금 읽고 5년 후, 10년 후에 읽어도 다시 새로 찾아올 책이다.

책을 선물해 주신 분께 감사하고 덕분에 힘찬 2021이 될 것 같다 🙂

필사

그의 산문을 읽으며 장기하와 얼굴 앨범을 들어봤다.

이렇게 좋은 곡들이 많았다니!
지금도 반복해서 듣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들을 예정이야 (유튜브 뮤직이라서 제목이 다 영어…)